담임목사님 월급이 대체 얼마야?
담임목사님 월급이 대체 얼마야?
예결산서로 알 수 없는 담임목사 사례비
"(100주년기념교회 예결산에서) 담임목사와 부목사는 물론 교회 직원들이 받는 월급도 일목요연하게 비교하며 볼 수 있다. 올 3월 이재철 목사는 395만 원을 받았다. 부목사 중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목사는 담임목사보다 15만 원이 적은 380만 원을 받고 있다. 담임목사가 지나치게 월급을 많이 받는 한국교회의 관행을 100주년기념교회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이에 반해 제자교회 예산은 목사들의 월급을 개별적으로 비교할 수 없도록 작성되어 있다. 전임교역자 사례비 항목은 총액만 명시되어 있는데, 전임교역자는 44명이나 된다. 정삼지 목사와 부목사의 월급 차이를 비교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아마 정 목사의 정확한 급여를 아는 사람은 재정을 담당하는 교회 핵심 관계자 몇 사람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앤조이> 2009.5.14)
교회에서 돈 문제 얘기하기 쉽지 않다. 특히 사례비 문제는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 제기가 어렵다. 제직회나 공동의회에서 사례비에 관해서 발언하기란 웬만한 용기로는 불가능하다. 아래 이어지는 글은 최저 생계비도 받지 못하는 가난한 교회 목사님들과는 관계 없는 내용이다.
교회에서 말썽 많은 부분이 '돈'에 관한 것이다. 특히 담임목회자 사례비에 대해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앞서 인용한 기사는 담임목사 사례비에 관해 100주년기념교회(이재철)와 제자교회(정삼지)를 대조적으로 다루었다. 아마 대다수 부자 교회들은 제자교회와 비슷할 것이다. 예결산서만 봐서는 도대체 담임목사의 사례비를 알 수 없다. 사례비 항목은 여러 명의 전임교역자의 연봉을 다 뭉뚱그려 표기하기 때문에 담임목사와 다른 교역자들의 연봉을 비교하기란 불가능하다. 담임목사 사례비에 뭔가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라도 있는가?
담임목사 사례비를 별도로 표기했다 하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사례비 성격의 예산을 이런 저런 항목들로 분산하여 담임목회자의 실질적 연봉이 얼마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목회 활동비를 비롯, 사택 관리비, 건강 관리비, 자녀 교육비, 자동차 관리비, 각종 보험료, 여행 경비, 도서 구입비 등이 별도로 책정되어 있으니 월급 받아서 쓸 데가 없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교회가 이런 부분에 좀 솔직해지면 좋겠다. 애써 감추려 하지만 빤히 들여다보인다.
"한국교회의 재정 항목은 실로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많은 경우에 재정 항목은 목회자의 소득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예컨데 교육비라는 항목은 교회의 공교육을 위한 비용인 것 같지만 사실은 상당 부분이 목사 자녀의 교육비를 의미한다. 교통비나 경조사비는 교회의 공식 활동을 위한 비용이 아니라 목사의 교통비나 경조사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서도 목회비는 또 따로 책정되기도 한다." (<바벨론에 사로잡힌 교회> 중에서,153쪽)
세속 사회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직장인들의 월급 명세표에는 각종 수당을 포함해서 총급여가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다. 일반 직장인들은 월급 받으면 그것을 쪼개어 세금은 물론, 주택 마련 대출금 갚고, 자녀들 교육비 쓰고, 자동차 할부금 내고, 보험료 내고, 각종 애경사 부조금 하고, 적금도 들면서 살고 있다. 목사님들은 성직자라서 달라야 하는가.
따질 문제가 또 있다. 이른 바 '강단 교류'라는 것이 목사님들의 부수입 챙기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를 쓴 김두식 교수의 말을 들어 보니 예산안 중에서 '외부 초청 강사비' 항목도 담임목사 사례비에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교인들에게 다양한 설교를 듣게 한다는 좋은 명분으로 시작된 강단 교류는 어느새 목사님들이 부수입을 챙기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목사님들이 서로의 교회를 오가면서, 각각 자기 교회에서 주는 만큼 저쪽 교회에서 받는 방식으로 월급 외의 수입을 올리는 것입니다."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중에서, 21쪽)
게다가 목회자들은 세금을 안 내도 된다. 목사들의 세금 문제에 논란이 있지만, 국가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누리면서도 세금 한 푼 안 내는 종교인들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 따갑다는 점을 지적 안 할 수 없다. 헌금 문제를 비롯해서 교회 개혁은 이제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성도들도 알 건 안다. 알면서 그냥 참아 주고 넘어간다. 일부 목사님들만 모르시는 것 같아 안타깝고 안쓰럽다.
"이미 한국의 많은 교회에서 교인들이 목회자를 '참아 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목사님들이 건축에 눈이 멀어 온갖 달콤한 말로 헌금을 유도할 때 교인들이 그에 따라 헌금을 해 주기는 하지만, 뭘 몰라서가 아니라 그저 참아 주고 있을 뿐입니다. (...) 목사님을 긍휼이 여기는 마음 때문에, 또는 교회의 덕을 세우기 위해 참아 주고 있습니다." (김두식, 앞의 책,297쪽)
많은 교회에서 예결산 관련 제직회나 공동의회를 마치고 예결산 문서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단속하기도 한다. 세상에 떳떳하게 내밀지 못하는 예결산서는 우리 교회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세상적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모습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는 없다. 교회가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은 세상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아니라 세상도 지키고 있는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