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11:1-25에서 본 이스라엘의 번영과 멸망에 대한 언약의 원리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장미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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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신명기 11:1-25에 언급된 약속의 땅에서 이스라엘의 번영과 멸망을 좌우하는 언약의 원리는 십계명의 제1-3계명에 근간을 둔 언약의 원리와 상응한다. 그 땅에서 이스라엘의 생사화복과 직결된 이 언약의 원리에 대한 이해는 신명기 저작 연대와 연관 있다. 신명기 연대를 청동기 후기(BC 1600~1200)로 보느냐, 아니면 훨씬 후대로 보느냐에 따라서 위 본문의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전반적으로 지지되는 신명기 저작 연대는 요시아 왕 시대, 또는 그 이전 시대, 또는 포로후기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신명기가 요시아 시대인 BC 7세기 중엽부터 점차 편집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견해에 따르면, 신명기의 원 독자는 이미 몇 백 년 동안 그 땅에 살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이고, 신명기에 언급된 ‘족장/조상들’은 가나안 정복 세대이다. 신명기의 편집이 6세기에 시작되었다는 최근 견해에 따르면, 신명기 11장의 대부분이 편집 과정의 마지막 단계, 곧 포로기 이후에 기록된 것이다. 2-9절은 페르시아 시대 이전에 쓰이지 않았고, 약속의 땅 경계(22-25절)는 페르시아 시대에 귀환자가 유브데강 서편 지역에 유대인들이 살 수 있었다는 점을 선언하기 위하여 편집했다고 본다.
이와 같은 관점은, 신명기 자체가 보여주는 내용의 핵심이 시내산 언약 갱신이라는 점과 신명기의 원래 청중이 모압 평지에서 요단강 도하를 눈앞에 둔 언약 백성인 이스라엘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신명기 저작 연대에 대한 위의 학설은 서구의 사고 체계에 근간을 두고, 신명기에 반영된 고대 근동의 문헌의 특징과 신명기 그 자체가 주장하는 삶의 정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서구적 사고의 틀에 갇혀 있는 신명기 저작 연대에 대한 학적인 조명과 신명기 연구를 위한 학적인 대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필자는 ‘신명기 연구를 위한 새로운 제언’이란 필자의 소고에 근거하여 신명기의 연대를 청동기 후기 말로 본 관점에서 11:1-25을 주해하고자 한다. 이 연구는 이스라엘의 신분적 특권, 그리고 그에 상응한 책임과 직결된 언약적 충성이나 불충성이 가나안 정복과정과 그 땅에서의 삶에 미치는 파급력이 어떤지를 제시할 것이다.
1. 광야에서 체험한 여호와의 속성에 근거한 토라 순종의 중대함(1-7절)
가나안은 이스라엘에게 선물로 주어진 언약의 땅이다. 이스라엘이 언약 백성으로서 모든 민족들 가운데서 특별한 신분(출 19:5-6)을 누리는 것도 선물이다. 약속의 땅과 이스라엘은 언약 질서 아래 존재하므로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을 차지하여 그 땅에서 오랫동안 번영을 누리려면 그 신분에 걸맞는 삶을 살아야 한다.
1.1. 요구/촉구(1절)
모세는 이스라엘에게 여호와를 사랑하라고 촉구한다. 여호와를 사랑하는 것은 그 분이 주신 책무(‘미슈메레트’, תרמשׁמ)와 법도들(‘후코트’, תוקח)과 규례들(‘미슈파팀’, םיטפשׁמ)과 명령들(‘미츠보트’, תובצמ)을 삶 속에서 꾸준하게 지키는 것으로 구체화된다(1절). 이 네 가지 히브리어 명사는 동일하게 언약의 규정들(토라)을 가리키지만, 각각 조금은 토라의 다른 관점을 나타내는 전문용어이다.
첫 번째, ‘미슈메레트’는 신적 종주이신 여호와께서 봉신 백성인 이스라엘에게 부여된 그들의 신분에 부합한 의무(개정개역 ‘책무’) 또는 책임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여호와께서 세상 모든 민족들 가운데 이스라엘을 선택하셔서 시내산에서 언약을 체결하셨고, 이스라엘은 여호와의 선택에 걸맞게 살아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후코트’의 단수 ‘후카’(הקח)’는 ‘질서’를 의미한다. 창조주이신 여호와 하나님께서 만드신 천지가 창조된 질서에 따라서 운행하듯(렘 33:25; 욥 38:33), 시내산 언약을 통하여 여호와의 관계에서 그 분의 ‘소유와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백성’(출 19:6)으로 새롭게 ‘탄생’한 이스라엘은 그 신분에 걸맞은 언약 질서를 따라야 한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언약 규정들(토라)이 지시하는 질서 안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한다.
세 번째, ‘미쉬파팀’은 언약 규정들이 이스라엘의 삶을 위하여 여호와께서 세우신 규범적 가르침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신명기에서 ‘토라’(‘율법’, הרות)가 사용된 것같이 ‘미쉬파트’(טפשׁמ)는 신명기 전체 내용과 연관된다.
네 번째, ‘미츠보트’는 모세의 율법을 일반적으로 가리키는데, 곧 언약의 규정들은 이스라엘에게 주신 여호와의 명령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이 네 가지 표현을 종합해서 요약하면, 토라는 신적 종주를 향한 봉신 백성 신분의 특권에 부합하고, 언약적 질서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의 전반에 필요한, 여호와께서 명령한 규범적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