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대 이경실 교수
1. 룻기 주석서
David Atkinson, The Wings of Refuge: The Message of Ruth, (IVP, 1983)
고경호, 박권섭씨에 의해 "룻기에 나타난 하나님의 섭리" (풍만 출판사, 1987) 란 이름으로 번역된 애킨슨의 책은 룻기 주석은 아니지만, 현대 독자들에게 룻기를 읽기 쉽고 적용하기 쉽게 해설한 좋은 책이기에 추천한다. 앳킨슨의 책은 크게 3 부로 나누어져 있다. 1 부는 "눈물" 2 부는 "보호의 날개" 3 부는 "친족 구속자" 라는 타이틀로 이루어져 있다. 제 1-2 부는 룻기를 한 단락씩 주해하고 있는데, 날카로운 통찰력과 현실감있는 기술로 나오미와 룻의 이야기를 가깝게 느끼게 만든다. 3 부에서는 계대 결혼 제도와 친족 구속자의 개념을 잘 다루어주고 있다. 또한 애킨슨의 책은 룻기를 숨겨진 하나님의 손길을 드러내는 스토리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앳킨슨의 책은 룻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더말할 나위 없는 좋은 입문서이다.
E.F. Campbell, Jr., Ruth, The Anchor Bible, (N.Y.: Doubleday, 1975).
앵커 바이블 주석 시리즈 가운데서 좋은 주석에서 속하는 캠벨의 룻기 주석은 룻기를 주해하기 원하는 이들은 꼭 지니고 있어야할 주석이다. 캠벨은 시카고의 맥코믹 신학교의 구약 교수로서, 그의 주석은 고고학적 자료가 풍부하며, 룻기의 문예적 특성에도 예민한 감성으로 주해한 책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장사될 것이라 만일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와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 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나이다" (룻 1:17) 라는 룻의 고백은 이스라엘의 장례 풍습에 대한 고고학적 자료를 알면 단순한 과장법이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충성의 선언임을 잘 알게 된다. 캠벨은 문장이나 단어의 형식, 내러티브의 속도감, 단어들의 워드 플레이등을 통해 룻기 기자가 탁월한 문예적 솜씨를 지닌 인물임을 밝힌다. 예를 들어 단어의 기원과 뉴앙스등을 통해 나오미와 보아스는 고어체등을 사용함을 밝힘으로서 룻과는 한 세대차가 나는 인물이라고 본다. 한편 룻기의 모든 절을 꼼꼼하고 세밀하게 분석한 캠벨의 책은 구약 본문의 문법적-역사적 주석의 좋은 예가 된다. 게다가 세밀한 분석을 근거로 룻기는 "약한 자가 곤궁에 빠졌을 때 강한 자가 그럴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약한 자에게 보이는 충성과 사랑" 인 인애의 신학을 잘 드러내고 있는 책임을 입증하고 있다. 비록 룻기에는 하나님의 간섭이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실제로 나오미와 룻과 보아스의 뒤에서 모든 일을 통제하시는 하나님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캠벨은 말한다. 그러나 캠벨이 룻기를 역사 소설로 보는 것은 필자에게는 설득력이 없다.
R.L. Hubbard, The Book of Ruth, (Grand Rapids: Eerdmans, 1988)
이 주석은 룻기의 법적 배경을 알려주는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룻기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구약 율법을 상세하고 세심하게 풀어놓았다. 룻기에 나오는 사건들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율법 지식은 해석자가 마땅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특별히 소유권에 관한 율법과 결혼에 관련한 율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주석은 본문의 다양한 해석들을 제시하고 분석한 후에, 가장 의미가 잘 통하는 해석을 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주석이 기여한 가장 큰 공로는 보아스와 기업 무를자 간의 대화를 한문장씩 상세히 주석한 부분이다. 특별히 이 두 사람 간의 대화에 나오는 모든 단어가 지닌 법적 함축에 대해서는 놀라운 솜씨로 해석하였다. 기업을 무르는데 있어서 룻과의 결혼이 필수적이라고 한데 대해 기업 무를 자가 놀라는 이유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을 제시하고 나름대로 주석을 잘하고 있다.
Jack M. Sasson, Ruth: A New Translation with a Philological Commentary and a Formalist-Folklorist Interpretation (Baltimore and London: The Johns Hopkins Univ. Press, 1979)
싸손의 주석은 한마디로 이야기 하자면 룻기를 민담으로 보고 접근한 주석이다. 특별히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의 민담 모델을 근거로 룻기가 바로 민담 모델에 근거하여 서기관들이 만들어낸 스토리로 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황당해 보이는 접근이 아닐 수 없다. 한신 대학교의 장일선 교수는 싸손의 이론을 따라 룻기를 민담으로 보고 있다. 물론 룻기를 단지 민담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싸손은 룻기가 지닌 문화적 문맥과 사회적 풍습, 민담적 요소등을 지적한 것은 룻기를 새롭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싸손의 주석은 새롭게 룻기를 번역하고 이에 근거하여 주석과 해석을 한데서 학계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번역은 읽기 쉬우나 히브리어 본문을 충실히 따른 점에서 칭찬할만하다. 특별히 그의 주석은 문예성과 내러티브 스타일에 유의한 점에서 룻기를 심도있게 이해하려는 사람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Frederic Bush, Ruth/Esther, Word Biblical Commentary (Dallas: Word, 1996)
부쉬는 풀러 신학교의 고대 근동 아시아 연구 부분의 교수이다. 부쉬의 주석은 최근의 장르 연구과 성경 내러티브의 담화 구조 분석 (discourse structure) 에 기초한 주석으로서 학적인 깊이를 지닌 책이다. 본문의 언어적 층에 대한 세심한 분석을 통해서 룻기의 연대를 추정하였으며, 구약의 계대 결혼 제도와 기업 무름의 율법이 룻기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장르 연구와 담화 구조 분석은 일반 목회자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연구 분야이기에 주석을 읽기에 다소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쉬의 책은 가장 최근의 주석으로서 그동안 학계에서 룻기에 관해 논의되어온 모든 문제들을 비교적 잘 다룬 역저로 평가할 수 있다. 텅빈 나오미가 어떻게 채워져 가는지를 중심 주제로 본 부쉬의 해석은 적절한 룻기 해석이라 할 수 있다.
2. 서론
룻기서와 에스더서를 읽는 독자들은 아마도 그 흥미로운 문학적 구성으로 인해 한번 읽기 시작하면 마지막 결론을 보기 전에는 성경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이 두 책은 매우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또한 동시에 매우 긴박감 넘치는 내용의 긴장감이 전편에 가득 넘쳐흐르는 매력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룻은 세계적인 문학가들에게 영감의 주인공이었는데, 단테는 룻을 “다윗의 조상으로 온유한 여인이요 이삭줍는 소녀”로 그리고 있으며, 번연은 룻에게서 크리스티아나의 젊은 동반자인 인자의 모델을 찾아냈고, 존 밀턴은 덕이 많은 젊은 여인의 모델로 룻을 사용하였다. 독일 문호 괴테는 룻기를 구약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은 스토리”라고 부른다.
이처럼 룻기는 수많은 문호들과 사람들의 사랑과 영감의 원천이 되었는데 이는 그 문학적인 짜임새와 독특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룻기와 또한 에스더서는 매우 완성도 높은 문학적 짜임새 - 간결하고 정선된 언어 선택, 등장 인물들의 뚜렷한 개성, 내용 전개에 따른 균형잡힌 장면 분배등 - 라는 소설적 틀 속에서 전개되고 있기 때문으로 독자들은 어느 새인가 룻이라는 인물과 그리고 에스더라는 인물의 세계속으로 빠져들게 됨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성경에서 여성의 이름이 책의 제목으로 붙여진 것은 룻기와 에스더 단 두 권 뿐이라는 사실이다. 더욱이 룻기는 그 주인공이 모압 출신의 이방 여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독특한데, 어떻게 하나님의 선민 이스라엘의 역사를 기록한 구약 성경속에 이방 여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당당히 자리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룻기는 여성이 주인공이며, 동시에 이방 여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더욱이 그러한 이방 여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내용의 책이 구약 정경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독특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룻기를 구약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은 스토리라고 부르는데, 다음과 같이 룻기를 평가함으로 룻기의 독특성과 그 가치를 표현했다.
“구약성서의 대부분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고, 영감을 받아 기록된 것으로서, 시가에 속한다. ... 그 대표적인 예는 룻기이다. 룻기는 이스라엘의 왕에게 걸맞는, 흥미를 끄는 선조를 예비해 줄 고귀한 목적을 지니고 있으며 동시에 사랑스런 작은 완결품으로도 간주될 수 있고 우리에게 서사적이며 목가적인 것으로 전승되어 왔다."(Goethe, Noten und Abhandlunger zubesseren Verstandnis des West=osrlichen Divans)
이렇게 자기 견해를 밝힘으로써 괴테는 두 가지 사항을 진술한 셈이다. 룻기를 더 자세히 파고들어 가다보면, 우리는 그의 이런 진술들이 정확하게 룻기를 꿰뚫어 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첫째로 그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이 소책자의 유형을 제대로 평가했다. 이 책이 거의 산문으로 기술되어 있고 시적인 열정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는 저 유명한 1장 16-17절 밖에 없지만, 이 책은 대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이며 성서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들 중의 하나다. 괴테는 이 책을 목가적이라 부르고 사랑스럽고 잘 짜여져 있다고 해서 “소품”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현대인들은 이 책의 문학장르를 “단편소설”이라는 말로 표현하곤 한다.
둘째로 괴테는 룻기 전체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룻기가 그 자체로 완결된 것으로서 이 성서에 들어있는 그 외의 책들과 전혀 관계가 없는 작품이 아니라, 첫부분과 끝부분을 통해서 성서의 역사 전체와 연결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렇게 룻기는 장르로는 문학적 장르에 속하면서도, 그 내용을 통해 매우 중요한 구속사의 전개라는 신학적 사상의 틀 안에서 그 내러티브가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성경에서 소설의 형식으로 기록된 최초의 책이라는 문학적 측면에서, 비교적 평범한 이야기 속에 원대한 구속사적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신학적 측면에서, 그리고 구약의 정경속에서의 역할면에서도 역시 두드러진 특징을 지니고 있는 책이다.
이중 먼저 룻기에 있어서 가장 직접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문학 작품으로서 룻기가 지니고 있는 특징으로 그 형식에 있어서 소설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의 신학자 아브마가 룻기를 가리켜 ‘사사기와 사무엘서라는 딱딱한 조개껍질 사이에 끼여 있는 작은 진주’라고 표현한 것은 룻기의 이러한 문학적 특성들을 간파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룻기는 바로 앞뒤에 위치하고 있는 사시기와 사무엘서와는 문체와 분위기에 있어서 전혀 색다른, 탁월한 히브리 문학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룻기가 정경의 위치상 역사서에 배열되어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룻기가 문학적 특징뿐 아니라 분명한 역사성을 띄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룻은 단순한 소설상의 주인공이 아니라 이스라엘 역사 속에 실재한 인물이다. 룻기의 기록 목적은 단순히 룻이라고 하는 사사 시대의 한 여인의 미담을 전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룻이라고 하는 한 여인을 통해 이스라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에 있다고 하겠다.
룻기는 사사들이 치리하던 때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사 시대는 방향감을 상실한 시대였고, 종교적, 도적적으로 절대적 진리의 기준을 잃어버리고 ‘사람마다 각각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던’ 시대였다. 그로 인해 모든 민족적 힘과 능력, 부귀와 존귀의 원천인 하나님을 잃어버리고 결국 텅 비어버린 시대였다.
이렇게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텅빈 이스라엘의 삶이 풍요롭게 채워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사사기와 사무엘서이다. 그런데 룻기는 이러한 텅빔에서 채워짐으로의 역사 전개를 나오미의 삶이라는 한 가정의 차원에서 축약판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룻기가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을 다루시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우주라면, 사사기와 사무엘서는 대우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룻기는 이스라엘 공동체가 사사 시대에 피폐해진 이스라엘의 삶이 어떻게 다윗 시대에 풍요롭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룻기는 단지 사사기와 사무엘서를 연결하는 가교가 아니다. 룻기는 이스라엘의 삶을 텅 빔에서 채움으로, 불안에서 안식으로 바뀌게 한 가장 결정적인 동인이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조개 껍질 속의 진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삶 가운데서 진정한 채움과 참된 안식을 누릴 수 있는 것일까? 하나님의 백성은 룻과 보아스, 그리고 그의 후손 다윗이 보인 비이기적 사랑과 충성의 모습을 매일의 삶 가운데 드러내 보여야만 한 가정이든, 한 민족이든 이런 안식을 누릴 수 가 있는 것이다. 개신교 전통에서 룻기를 사사기와 사무엘 상하 사이에 위치시킨 것은 어쩌면 무의식중에 룻기를 사사기와 사무엘상하라는 조개껍질 속에 담겨있는 진주로 본 결과는 아닐까?
이렇게 룻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공동체를 풍요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할 수가 있다. 즉 룻이라는 현숙한 한 여인의 시모에 대한 인애(헤세드)와 보아스라는 탁월한 남자의 율법에 대한 충성과 인애(헤세드)가 나오미라는 한 미망인의 피폐한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모습에서, 우리는 믿음의 공동체가 어떻게 거룩해질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룻과 보아스의 인애를 통해 이렇게 사사 시대에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이스라엘의 국가적 삶이 어떻게 다윗 시대에 다윗의 인애를 통해 풍요롭게 바뀌는지를 룻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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