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영적 성숙을 위한 독서방법
백금산 목사(예수가족교회)
독서방법은 각양각색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도구들은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밥이나 국물있는 음식이 많은 한식을 먹을 때는 숟가락, 면종류나 중국요리를 먹을 때는 젖가락, 스테이크나 함박스택같은 양식을 먹을 때는 나이프나 포크를 사용하는 것이 제격이다. 그런데 만일 한식을 먹을때 젖가락이나 포크를, 중식을 먹을 때 숟가락을, 양식을 먹을 때 숟가락이나 젖가락을 사용한다면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게될 것이다. 마음의 음식, 영혼의 양식을 먹는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의 방법도 책의 종류나 책을 읽는 목적에 따라 적합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음독, 묵독, 속독, 정독, 다독, 재독, 완독, 발췌독 등 참으로 다양한 독서 방법은 제각기 적당하게 사용될 때, 최상의 독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독서에 서투른 사람들은 특정한 한가지의 독서방법만을 가지고 모든 종류의 책을 읽으려고 한다. 그러나 훌륭한 독서가들은 한 가지 독서방법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독서에 목적에 따라 다양한 독서방법을 적절하게 구사한다. 일반적으로 독서의 목적은 첫째, 인격성숙을 위한 독서, 둘째, 정보와 지식을 얻기 위한 독서, 셋째 즐거움과 오락을 위한 독서로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목회자들의 독서 목적 역시 이러한 세 종류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독서방법은 이러한 목적에 따라 각각 다르게 사용되어야 한다. 오늘은 제한된 지면상 독서의 3가지 목적 모두에 적합한 독서방법을 전부 소개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목회자들의 평생 인격과 신앙과 영적 성숙을 위해 도움되는 한 가지 독서 방법만 소개하고자 한다.
영적 성숙을 위한 반복독서법
목회자들의 평생 인격 성장, 평생 신앙 성숙은 목회자 모두의 가장 중요한 숙제다. 목회자가 영적으로 성숙한 만큼만 목양도 설교도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인격과 신앙 성성숙을 위해서는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는 다독과 속독이 좋지만 인격성숙을 위한 독서는 그 반대다.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서 쇼핑하듯이, 사냥하듯이 여러 권의 책을 빨리 읽기보다는 좋은 한 권의 책을 완전히 소화시켜서 자신의 살과 피가 되도록 읽어야 한다.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의 주제와 구조를 철저히 파악하면서, 그 핵심 내용이 이해될 때까지, 그리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며 실천될 때까지 읽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을 때만이 우리의 지, 정, 의를 포함한 전인적인 변화가 생겨나게 된다. ‘한 권의 책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 한 권의 책이 나를 형성했다’고 말할 수 있는 독서는 모두 주로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을 때 발생한다. 단 몇 권의 책을 읽은 것이 자신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읽는 방법은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그 내용을 완전히 지적으로 파악할 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동의를 거쳐서 삶 속으로 적용될 때만이 자신의 인격의 변화를 이룰 수 있다.
조선 선비들에게 배우는 반복 독서법
인격도야를 목적으로 책을 가장 부지런히 읽었던 집단 가운데 하나는 유학자들이었다. 유학자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고, 가장 책을 부지런히 읽은 사람들이었다. 선비들의 하루는 책을 읽는 것에서 시작해서 책을 읽는 것으로 마친 일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들의 인격성숙을 위한 선비들의 독서 방법은 기본적으로 한 번 읽고 던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읽고 또 읽고 또 읽어서 완전히 한 권의 책을 마스터하는 방법이었다. 조선 왕조 500년의 역사 가운데 아마 가장 대표적인 선비 한 사람을 꼽으라면 율곡 이이(1536-1584 )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퇴계 이 황과 더불어 조선 성리학의 두 기둥이었던 율곡 은 무려 과거에 무려 9번이나 장원으로 급제했던 조선의 천재중의 천재였다. 평균 2000대 1의 과거시험, 남들은 평생 1번 과거시험에 붙는 것도 소원이었던 시절, 9번씩이나 수석으로 합격했다니 과연 천재중의 천재다. 율곡은 단순히 과거시험에만 이러한 우수한 성적을 냈던 것이 아니라 인격으로나 학문으로나 저서로나 다른 선비들에게 귀감이 되는 조선의 대학자였다. 이런 점에서 율곡의 독서방법론은 조선 선비들의 독서방법을 이해하는 데 아주 의미가 깊다. 율곡은 42세 때인 1577년 교육지침서라 할 수 있는 ‘격몽요결’을 지었는데. 전체 21장으로 되어 있는 격몽요결의 4장인 ‘독서장’에서 독서의 방법론을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한가지 책을 습득하여 그 뜻을 모두 알아서 완전히 통달하고 의문이 없게된 다음에야 다른 책을 읽을 것이요, 많은 책을 읽어서 많이 얻기를 탐내어 부산하게 이것저것 읽지 말아야 한다.’” 즉 율곡의 독서방법론은 한 권 한 권의 책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통달해서 그 내용을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율곡만 그런 것이 아니라 율곡과 더불어 조선 성리학의 양대 기둥이었던 조선중기의 대표적 유학자 퇴계 이황(1501-1570)은 독서경험담은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예화가 될 수 있다. 6살 때 이웃 노인에게 천자문을 배운 퇴계가 본격적으로 유학을 공부한 것은 12살 때 삼촌 송재공으로부터 「논어」을 배우면서 부터였다. 송재공은 퇴계에게 논어의 구절 구절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심지어는 주석까지 그 의미를 다 이해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렇게 내용을 이해한 것으로 공부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한 권의 책을 다 배우고 나면 반드시 그것을 다 외우게 하고 다음 책을 넘어가게 했다. 그리고 그 다음 권을 배우면 앞에 배운 책부터 다시 함께 외우게 했다. 그래서 「논어」를 다 배운 퇴계는 송재공 앞에서 책을 덮고 외웠다. 퇴계는 「논어」의 원문과 주석을 초장 첫 구절부터 종장 마지막 구절까지 완전히 외웠다. 퇴계는 이러한 방식으로 유교의 경전을 한 권씩 독파해나갔다. 이렇게 반복해서 읽고 외우면서 공부한 경험을 퇴계는 이렇게 말했다. “한 권을 마치면 반드시 그 책을 외우고 두 권을 마치면 내리 외었다. 이렇게 하기를 오래하니 차츰 처음 배울 때와는 달랐다. 그리하여 3, 4권을 읽게 되었을 때는 간혹 스스로 터득되는 바가 있었다........글을 읽는 방법은 익숙하도록 읽는 것이다. 글을 읽는 사람이 비록 글의 뜻을 이해하더라도 익숙하지 못하면, 읽으면 곧 잊어버려서 마음에 간직할 수 없다. 배우면 반드시 다시 복습하는 공력을 들인 뒤에야 비로소 마음속에 지닐 수 있어서 흠씬 젖어드는 맛이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를 통틀어 책을 되풀이해 많이 읽기로는 김득신(1604-1684)을 따라 갈 사람이 없었다. 김득신은 사마천의 「사기」의 ‘백이열전’을 1억1천1백번이나 읽어 그 호를 억만재(억만재)라고 했다 한다. 이 당시 1억은 10만을 나타내는 숫자였다고 하니 한 1적어도 10만번 이상 읽은 셈이다. 그러나 김득신이 이렇게 반복해서 읽은 것은 이 한 권의 책만이 아니었다. 김득신은 「고문36수독수기(고문36수독서기)」라는 흥미로운 글을 통해 자신이 평소 즐겨 1만번 이상 읽은 36편의 글을 읽은 횟수를 남겼다. 이 글을 읽은 황덕길(1750-1827)이 김득신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했나를 찾아보고 「김득신의 독수기 뒤에 쓰다」글을 또 이렇게 남겼다고 한다. “ 일찍이 선배들을 살펴보니. 김일손은 한유의 문장을 1천 번 읽었고, 윤결은 「맹자」를 1천 번 읽었으며, 노수신은 「논어」와 두시를 2천 번 읽었으며, 최립은「한서」를 5천 번 읽었는데, 그 중에서 ‘항적전’은 두 배를 읽었다. 차운로는 「주역」을 5천 번 읽었고, 유몽인은 「장자」와 유종원의 문장을 1천 번 읽었고, 정두경은 「사기」를 수천 번 읽었고, 권유는 「강목」 전체를 1천 번 읽었다. 지금까지 동방에서 대가의 문장을 논할 때면 반드시 이분들을 지목하는데, 그 시를 읽고 글을 읽어보면 그 글이 어디서 힘을 얻었는지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의 독서법으로 선비들은 세상을 읽는 안목과 통찰력을 얻었다. 책 속의 구절 하나하나는 그대로 선비들의 삶속에 체화되어 그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사실 그들이 읽은 책이라고 해야 권수로 헤아린다면 몇 권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그 몇 권 되지 않는 책을 읽고 또 읽었으며, 아예 통채로 다 외웠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몇 권의 독서는 사실상 그들의 삶을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펄젼의 독서법
인격성숙을 위한 이러한 반복 독서법은 비단 유교의 선비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반복독서법은 독서를 통해 자신의 인격성장과 영적 성장을 이루었던 수많은 기독교 신앙 선배들의 독서방법이기도 했다. 기독교 역사상 가장 많은 책을 읽은 독서가이자 가장 많은 책을 쓴 저술가이기도 했던 스펄전이 책을 많이 소장할 수 없는 가난한 목회자들을 위해 이런 지혜로운 독서법을 소개해 주었다. “철저하게 읽어라. 몸에 흠뻑 밸 때까지 그 안에서 찾아라. 읽고 또 읽고 되씹어서 소화해 버려라. 바로 여러분의 살이 되고 피가 되게 하라. 좋은 책은 여러 번 독파하고 주를 달고 분석해 놓아라. 스무 권의 책을 대충 대충, 곧 ‘강아지가 나일강 물 먹듯이’ 읽는 것보다는 한 권의 책을 통달하는 편이 정신적인 체격에 훨씬 더 깊은 영향을 미친다” 스펄전의 이러한 반복독서법은 꼭 책이 많이 없는 가난한 목회자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산더미처럼 많은 책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는 오늘의 목회자들에게도 여전히 유용한 독서법이다. 실제로 스펄젼은 수많은 책을 읽기도 했지만 정말 중요한 책은 반복해서 읽었다. 스펄전은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생애 동안 무려 100번 이상 읽었다. 문자그대로 스펄전은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읽고, 읽고 또 읽어서 완전히 자신의 피와 살이 되도록 했던 것이다.
성경과 고전과 명저 독서법
이처럼 인격 성숙을 위한 독서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한 권의 책을 완전히 소화하도록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100권의 책을 1번 읽는 것보다 1권의 책을 100번 읽어야 한다. 목회자들의 영적 성숙에 있어서 이렇게 반복해서 읽어야 할 책은 어떤 책일까?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성경 66권이다. 또한 기독교 고전과 명저에 속하는 책들이다. 옛날 유교 선비들이 유교 경전을 읽는 독서법과 비교해 볼 때, 오늘의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성경을 읽는 독서법은 한 마디로 너무나 가볍다. 성경을 너무나 읽지 않거나, 대충대충읽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목회자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성경 독서법부터 고쳐야 한다. 성경은 읽고 읽고 또 읽어서 완전히 소화해서 나의 피와 살이 되도록 해야 할 첫 번째 책이다. 모 신학교는 성경을 100독해야만 신학생들을 졸업시킨다고 한다. 성경을 100번씩이나 읽어야 하나?가 아니라 성경은 적어도 100번은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나온 조치일 것이다. 성경도 모르는 목사가 아니라 성경만큼은 정통한 목사를 만들기 위한 성경 독서법의 한 표현이리라 생각된다. 사실 신간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오늘의 정보화시대에 책을 많이 읽고, 책을 빨리 읽어야 할 필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러기에 목회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성경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다독법과 속독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격성숙을 위한 독서법, 영적 성숙을 위한 독서법으로서 읽고 읽고 또 읽는 반복 독서법 이상으로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이는 바로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주야로 묵상하며, 그 가운데 기록한 것을 지킴으로서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열매를 맺는 것처럼 살아가는 복있는 사람의 독서법이 아니겠는가!
*2002년 10월에 '목회와 신학'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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