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 관용어 표현에 대한 번역 기술
-‘마음 위에 말하다’(bl-l[ rbd)를 중심으로-
김선종*
1. 서론
한 나라의 말을 다른 나라 말로 옮기는 일은 필요에 따라 불가피하게 요청 되지만, 위험성 역시 안고 있다. ‘번역자는 반역자다’(traduttore traditore)라는 이탈리아 속담이 지적하듯이, 번역자가 하나의 말이 속한 문화 배경을 무시하고 대응어만을 활용하여 기계적으로 번역할 경우, 반역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는 언어란 그 언어가 속한 문화를 떠나 생각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일반 문헌을 번역할 때 발생하는 위험성과 이로 말미암는 번역에 대한 반감은 특별히 종교 경전의 영역에서 더 극심하게 나타난다. 구약성경의 경우 유대인들은 새롭게 도래한 헬레니즘 시대에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했지만, 나중에 그들은 스스로 칠십인경1)을 폐기한다. 셈족어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이질적인 언어로 옮길 때 어쩔 수 없이 그 의미가 변질되고 세속화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기독교인들이 성경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반감(Sefer Torah I, 8)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2) 문화 배경을 존중하여 본래의 뜻을 바르게 전달하려고 원문의 구문을 파괴하여 첨가하거나 삭제할 경우 신을 모독하는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했다(t. Meg. 4.41). 그래서 결국 랍비 유대교는 칠십인경의 번역 모델을 포기하고, 타르굼이 가지고 있는 해 석의 모델을 활용한다.3) 성경 번역은 단지 히브리어, 아람어, 그리스어를 현대어로 옮기는 문제를 넘어 고대어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의 뜻을 밝혀 오늘날 신앙인들에게 알리는 과정 역시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성경 번역은 번역의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신학화 작업까지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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