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소라 성경의 중요성 (4월호)
성경의 홍수시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역성경 외에 다른 우리말번역성경은 한국교회에서 거의 금기시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여러 종류의 우리말성경 번역이 버젓이 서점에 나와서 개역성경과 나란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다양한 번역이 나와서 성경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좋겠지만 일반 성도들에게는 어느 성경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요즘 번역되어 나오는 우리말성경들의 번역자들은 그 번역의 내용이 각기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 그 번역본이 원문에서 번역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필자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이스라엘에서 히브리어를 배우겠다고 가족과 함께 갔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히브리어성경 전체를 번역하게 되었다. 이스라엘에서 10년 동안 히브리어를 배우고 히브리어성경을 번역하면서 과연 우리말성경과의 차이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 그 차이를 이 지면에서 논해보고자 한다. 번역성경이 가지는 한계가 있지만 원문에 더욱 가까이 갈수 있는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제자리에 가만이 있는 것은 한국교회의 구태의연한 자세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번역성경은 계속 원문을 향하여 다시 번역되어야 한다는 것이 성경번역의 기본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과연 현재 우리말성경과 히브리어성경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차이는 왜 생겼는가? 그리고 그 해결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하여 논하고자 한다.
먼저 히브리어성경이 왜 중요한가 하는 일반적인 질문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히브리어성경의 중요성
예수님께서 히브리어성경의 중요성을 마태복음
17 내가 모세오경(토라)이나 선지서(네비임)를 폐하러 왔다고 생각지 마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전케 하려고 왔다. 18 진실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는데 하늘과 땅이 사라지기 전에는 모세오경(토라)의 일점 일획도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어 질것이다 19 그러므로 이 계명들 중에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그렇게 사람들을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아주 작다고 불릴 것이고 누구든지 이를 행하며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크다고 불릴 것이다
개역성경을 보면 이 구절의 번역이 명확하지가 않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나름대로 당위성이 있다. 그러나 틀린 것은 틀린 것이다. 개역성경에서는 17절의 ‘모세오경이나 선지서’를 ‘율법이나 선지자들’이라고 번역하였는데 이 번역은 중국어성경의 律法 和 先知(중국어에서 和는 영어의 and를 의미하고 先知는 선지자를 의미한다고 한다)에서 온 것 같다. 중국어성경의 律法 和 先知는 영어성경의 Law or the Prophets 에서 왔고 영어성경의 Law or the Prophets는 헬라어성경의 ‘톤 노몬 헤 투스 프로페타스(to.n no,mon h' tou.j profh,taj)’에서 왔다. 헬라어성경의 ‘톤 노몬 헤 투스 프로페타스(to.n no,mon h' tou.j profh,taj)’를 영어성경에서 Law or the Prophets로 번역한 것을 뭐라고 나무랄 것인가? 톤 노몬 (to.n no,mon) 에서 어떻게 모세오경이 번역 될 수 있단 말인가? 헬라어가 원본이 아닌가? 그러면 원본을 그대로 직역한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신약성경의 원본이 헬라어이지만 이 구절의 번역에 관한 한 히브리어를 모르면 정확한 번역을 기대할 수가 없다. 히브리어 번역본을 보면 이 단어들의 번역이 ‘하토라 오 하네비임 (~yaiybiN>h; Aa hr"ATh; )’ 이다. 토라(hr"AT) 란 단어가 ‘법(Law)’ 이란 뜻이 물론 있지만 ‘네비임 (~yaiybiN>)’ 이란 단어와 같이 사용될 때에는 그 뜻이 모세오경이다. 마찬가지로 ‘네비임 (~yaiybiN>)’ 이란 단어가 선지자의 복수형이므로 선지자들(Prophets)이란 뜻이 있지만 토라(hr"AT)와 같이 쓰일 때에는 선지서를 뜻한다는 것은 히브리어를 아는 사람이라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신약성경에 나오는 ‘율법과 선지자들’이라는 구절은 모두 ‘모세오경과 선지서’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예수님께서 분명히 이 구절에서 성경의 중요성을 역설하셨는데도 불구하고 ‘율법이나 선지자들’이라는 번역은 그 내용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아마 더 쉽게 이 성경구절을 의역한다면 이렇게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17 내가 성경을 폐하러 왔다고 생각지 마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전케 하려고 왔다. 18 진실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는데 하늘과 땅이 사라지기 전에는 성경의 일점 일획도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어 질것이다 19 그러므로 이 성경 말씀 중에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그렇게 사람들을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아주 작다고 불릴 것이고 누구든지 이를 행하며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크다고 불릴 것이다
예수님께서 여기서 강조를 한 성경은 물론 히브리어성경인 타나크를 의미한다. 타나크는 토라(모세오경)와 네비임(선지서)과 케투빔(시가서)으로 구성되며 타나크는 토라와 네비임과 케투빔의 머릿 글자를 합성한 단어이다. 예수님께서 토라와 네비임만 언급하고 케투빔을 말하지 않은 것은 예수님 시대에 아직 케투빔 책들이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즈음 한국에 구약성경폐지론을 들고 나오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아마 예수님의 이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두루마리성경과 맛소라성경
예수님 시대나 지금이나 회당에서 사용하는 성경은 두루마리로 되어있다. 그 성경은 모음도 없고 악센트도 없고 히브리어 자음만 있는 본문이다. 유대인들이 성경본문으로서 자음으로만 되어 있는 본문을 고집하는 이유는 자음만 거룩한 글자이지 모음이나 악센트는 거룩한 글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모음이나 악센트가 없이 히브리어성경 본문을 읽어내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그래서 회당마다 성경읽기를 전문으로 하는 바알 크리아(읽기 전문가)가 항상 있다. 이 사람은 자신이 은퇴하기 전에 후계자를 물색하여 자신의 일을 계속하게 해야 함은 물론이다.
두루마리성경은 회당에서 사용하는 것이고, 현재 기독교인들과 유대인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히브리어구약성경을 맛소라 성경이라고 부른다. 맛소라란 AD 500-1100 년 사이에 히브리어성경을 계속 보존시키고 연구하였던 학자들을 가리키기도 하고 그 학자들이 연구하였던 언어학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래서 맛소라 학자, 맛소라 모음, 맛소라 악센트라는 말들을 쓴다. 이 맛소라 학자들이 자음본문에다가 모음과 악센트를 붙였다. 회당에서 읽기 전통이 계속되다가 AD 500 년이 지나서야 이런 맛소라 작업이 시행된 것은, 유대인들이 오랫동안 기독교와 모슬렘의 지배 속에 있으며 전쟁이 거듭 되면서, 어느 날 이런 읽기 전통이 소실될 수도 있겠다는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전통을 계속 보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맛소라 학자들이 모음과 악센트를 발명하여 이 읽기 전통을 부호로서 남기기 시작하였다. 맛소라의 모음과 악센트가 AD 500년 이후에 나왔기 때문에 본래의 발음과는 상당한 차이가 나는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맛소라가 새로운 읽기를 위하여 이 부호들을 만들어 갖다 붙인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읽기를 고수하기 위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이 부호들은 전통적인 읽기를 소개하는데 거의 부족함이 없으며
레닌그라드사본과 알렢포사본
맛소라는 여러 가문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는데 이중에 가장 권위 있는 가문이 벤아쉐르 가문이다. 지금까지 발굴해낸 본문 중에 이 벤아쉐르 가문의 본문으로 보여지는 본문은 3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히브리 대에서 보관하고 있는 알렢포코덱스(모세오경이 소실됨)고 또 하나는 대영박물관에 있는 카이로 코덱스(모세오경만 있음)며 나머지는 레닌그라드 B19a 사본(유일한 전권이 있는 책)이다.
현존하는 히브리어성경 사본 중에서 가장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알렢포 사본과 레닌그라드 B19a 사본 이다. 알렢포 사본이 레닌그라드 사본보다 더 정확하다(물론 이 차이는 내용에서의 차이라기 보다는 모음과 악센트에 있어서의 근소한 차이를 말한다)고 히브리대학에서 말하고 있지만 알렢포 사본은 모세오경이 소실된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레닌그라드 사본은 전권이 보존되어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독일성서공회에서 레닌그라드 사본을 본문으로 하여 편집된 BHS(Biblia Hebraica Sttutgartensia)는 독일학자들이 연구한 본문비평을 담고 있어 히브리어성경의 약점을 어느 정도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레닌그라드 사본이나 알렢포 사본이나 벤하임텍스트 각각의 내용 상의 차이는, 70인 역이나 영어성경이나 중국어성경이나 우리말성경 등 번역본들과 히브리어성경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내용상의 차이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만큼 그 히브리어 성경들은 우리 외국인이 대하기에 각각 틀림없는 원본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히브리어성경 중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구약성경 즉 일점 일획을 중요하게 여겨서 전수된 사본이 어느 것이냐는 질문을 한다면 레닌그라드 사본이나 알렢포 사본이라고 대답하여야 할 것 같다. 필자는 레닌그라드 사본을 본문으로 한 BHS를 저본으로 하여 우리말로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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